한·미 공동연구팀, 폭염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노인·빈곤층 등 취약층 인지력 저하 빨라...지원 강화해야"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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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이 99%에 달한다는 관측 결과가 나오는 등 수십 년 전과 비교해 여름 평균 기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 일수가 이전보다 증가해 공중위생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극심한 폭염에 계속 노출되면 열사병으로 인해 신체적 증상이 발생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대 세계공중보건대학원 최은영 박사·버지니아 장 교수, 성균관대 이해나 교수 연구팀이 "폭염에 많이 노출될수록 인간의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를 새롭게 발표했다. 

논문은 의학저널 '전염병학 및 공중위생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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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에서는 폭염 노출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폭염 노출이 노인들의 인지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 ▲인종·민족과의 연관성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영향 차이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미국 미시간대 사회연구소가 실시한 '건강 및 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 가운데 2006년~2018년에 걸친 52세 이상 미국 성인 약 9천 500명 장기 데이터를 대상으로 과거 기온 데이터와 병합해 대상자 인지기능과 사회경제적 데이터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극단적인 더위에 대한 장시간 노출은 빈곤층의 인지기능 저하를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유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지기능은 극단적인 더위로부터 보호받는 경향이 확인됐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이해나 교수는 "부유한 지역에는 정비된 공원 등의 녹지, 에어컨, 무더위 쉼터 등 폭염 대비 시설이 많은 경향이 있다. 반면 빈곤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이런 시설이 적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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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구팀은 폭염 노출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는 백인이나 히스패닉계 노인층보다 흑인 노인층이 더 빨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버지니아 장 교수는 "흑인 노인들이 ▲인종차별적인 사회구조 ▲백인사회와의 격리 ▲기타 차별적 정책으로 평생 사회제도적 불이익을 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지역 정부와 보건당국이 폭염에 취약한 빈곤층 등 주민을 즉시 특정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며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최은영 박사는 "이는 극단적인 무더위에 직면했을 때 빈곤층 주민 등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여러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폭염은 심각한 공중 위생상의 위협이다.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는 유연성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폭염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취약한 그룹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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