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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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온난화와 인간의 뇌 크기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자연사박물관 소속 인지과학자 제프 모건 스티벨(Jeff Morgan Stibel) 박사 연구팀은 '과거 기후변화와 인간 뇌 크기 변화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 '뇌 행동 및 진화(Brain Behavior and Evolution)'에 공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rain Behavior and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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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 스티벨 박사는 "최근 지구온난화 추세를 고려할 때 기후변화가 인간 뇌의 크기, 나아가 인간 행동 자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지구의 온도·습도·강우량 변화와 지난 5만 년간 인간 뇌 크기 변화를 분석했다. 5만년을 분석 기간으로 정한 것은 1만7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것을 감안해서다.  

기후 데이터는 유럽 남극 얼음탐구 유럽프로젝트(EPICA)가 수집한 온도 데이터를 포함한 4가지 데이터를 활용했다. 또 뇌 크기는 298개 인골에서 얻은 두개골 크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리적·성별적 요인과 신체 크기 추정치 등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지구의 기후가 더워지면 뇌의 평균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 상의 회색 점이 서늘한 기후의 뇌 추정 사이즈이고 빨간색 점이 따뜻한 기후에서 뇌의 추정 크기를 나타낸다. 왼쪽 2개가 100년 동안 뇌의 평균 크기이고 오른쪽 2개가 1만 년 동안 뇌의 평균 크기를 정리한 것이다. 모든 기간동안 날씨가 따뜻할수록 뇌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rain Behavior and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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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인간의 뇌 크기가 변화하는 일반적인 패턴도 확인했다. 분석에 따르면 뇌 크기의 변화는 기후변화로부터 수천 년 후에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류가 따뜻한 기후에 적응해 진화하는데 대략 수천년이 필요하며, 더울수록 열이 많이 발생하는 뇌의 크기를 줄이는 게 생존에 유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뇌 크기 축소는 특히 마지막 최대 빙하기(약 1만7000년 전) 이후에 두드러졌다. 홀로세 온난기(1만1000~5000년 전)에는 인간 뇌의 평균 크기가 약 10.7%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급격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가장 따뜻한 상태의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 인류의 뇌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지적된다. 

스티벨 교수는 "인류의 뇌 크기가 약간 감소한 것만으로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형태로 생리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인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후변화로 인한 인간 뇌 크기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뇌의 진화적 변화는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변화가 인류 생리학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온도 변화 때문인지, 환경 변화의 다른 요소에서 오는 간접적 영향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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